오래된 이야기지만 시골 중학에서 동맹휴업이 일어났다. 이유는 수학교사의 외곬수 기질이 마음에 안든다는 것이었다. 급기야는 수업 중단이 며칠째 계속되었다. 그런데 이 수학교사는 학생이 하나도 없는 교실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수업을 하는 것이었다. 도표를 그려가며 공식을 풀어가며 듣는 사람 없는 교실에서 평상시와 다름없이 종 치면 시작하고 종치면 수업을 마치는 것이었다.
이같은 선생의 수업에 감동된 학생들은 하나씩 둘씩 복도에서 선생의 강의를 들었고 마침내 모두 교실에 들어와 수업을 받았다는 얘기다.
이에 감탄한 다른 교사들이 수학교사에게 물었을 때 이 수학선생의 말은 “가위질 않는 엿장수는 엿장수가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엿장수는 가위질이 생명이다. 딸강… 딸강… 엿장수의 가위소리는 낭만적이었다. 시골의 오솔길 엿목판을 진 엿장수 뒤에는 으레 코흘리게 꼬마들이 따랐다. 40~50년 전의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의 하나이다. 먼 산록에 아지랑이가 감돌고 개짓는 소리가 멀리 멀리 여운을 남길 때 엿장수의 가위 소리는 한층 운치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시골이나 도회지나 엿장수의 가위소리 대신 마이크가 등장했다. 한 동네를 떠들썩하게 할 정도로 마이크 소리가 요란하다. 채소장수, 과일장수, 생선장수, 그리고 고물장수에 이르기 까지 주택가 골목은 언제나 시끄럽기 짝이 없다.
그 마이크가 또 한계단 올라가 녹음으로 행상을 한다. 음성을 녹음시켜 되풀이 외치며 돌아 다닌다.
그러나 이런 아날로그식 장사도 이제는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다 동네마다 촘촘이 들어선 마트에 가면 없는 물건이 없고 한걸음 더나가 컴퓨터나 스마트 폰을 이용해 웬만한 상품은 배달로 해결하는 시대로 접어 들었다. 심지어 당일 배송이라는 배달 방법까지 등장한 판이다.
엿장수의 가위질 소리에 막연한 향수를 느끼기엔 이제 세상은 너무도 달라졌고 계속 달라지고 있다. 세상의 발전이 흐믓한건가, 아니면 살벌한건가, 아니면 인간이 기계의 노예화라는 과정인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