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 석 본지 편집위원
‘農者 天下之大本’
이 문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국민 대다수는 명절쯤에 벌어지는 농악패들의 깃발에 쓰여진 글로 생각하거나, 농업이 주업이었던 시대의 어구로 현재(2018)와 같은 첨단시대에는 전혀 무관한 케케묵은 글귀로 간주한다. 문화와 과학기술이 국력으로 간주되는 시대에 ‘농자 천하지대본’은 그 철학적 가치보다 시대에 뒤떨어진 옛날이야기로만 들려지고 있다.
지금부터 약 2200여 년 전 중국 진시황이 낭야산에 세운 낭야대 비문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고 한다.
‘농업이 살고 상공업을 억제해야 백성이 산다’. 이 비문에는 ‘중농억상책’ 등 진나라의 통치이념인 법가 사상이 잘 담겨져 있다. 요즘 관점으로는 전제 군주의 통치이념이 담긴 수 천 년 전 이야기로 치부하겠지만, 이 문장은 2천년을 살아남아 오늘날에도 전해지고 있다.
중국에 진시황이 있다면 조선에는 경북 영주사람 삼봉 정도전이 있다. 조선왕조를 설계한 그는 모든 백성이 자기 땅을 가지고 자경하는 군자의 나라를 꿈꾸었다. 상공업의 비중이 미미하던 시대라 유학자의 상상력 한계를 탓하겠지만, 그는 ‘자기 땅을 가지고 자경하는 사람’을 ‘군자’라 표현하였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다. 아무리 불경기라도 해외여행은 전 국민의 일상이 되었다. 소위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들 중에 과연 농업을 포기하고 농촌이 엉망인 나라가 있는가...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른바 선진국들은 모두 우수한 농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소득 농민들이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하는 멋진 농촌을 가지고 있었다. 세계 어디에도 자국의 상공업을 믿고 식량은 구입하면 된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채택한 나라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대한민국도 선진국이다. 우리의 농촌도 새마을 운동 하던 그 시절의 시골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중농억상책의 진시황이나 자경농민을 군자라고 표현한 정도전까지는 아니더라도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된 한가운데서, ‘우리의 농업과 농촌은 선진 대한민국의 기초’라는 말은 ‘농자 천하지대본’의 21세기 표현이다.
우리는 현대사를 통해 아무리 약소국이라도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은 강대국 미국과 소련이라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는 역사적 교훈을 알고 있다. 산업과 나라의 기초인 농업과 농촌이 탄탄한 대한민국은 그 어떤 경제전쟁에서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감히 단언하고 싶다.(경제학박사, LK경영연구원장)